검색되는 글쓰기와 SEO

디지털 글쓰기의 첫걸음은 검색되는 글쓰기다. ‘발견되는’ 글쓰기다. 검색돼야 읽힐 수 있다. 읽혀야 공유될 수 있다. 디지털 생명은 검색과 함께 싹튼다. 검색의 씨앗이 있어야 디지털의 열매가 있다. 검색되는 것만이 존재하는 시대다.

꽃 2.1
전병국

내가 그를 발견하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IP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를 검색하고 구독해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페친이 되었다.

내가 그를 검색해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게
누가 나를 발견해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페친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불변의 링크가 되고 싶다.

사실 검색되는 글쓰기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온라인 마케팅 전략으로 이야기된 ‘검색엔진 최적화(SEO, Search Engine Optimization)’와 관련이 있다. SEO는 직관적인 말로 바꾸면 ‘검색엔진 상위 등록’이나 ‘검색 상위 노출’이다. 불법 조작으로 마케팅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끔 오해를 받기는 하지만, SEO는 디지털의 본질에 충실한 마케팅 전략이다. 인터넷의 심장인 검색엔진을 자연스럽게 활용한다. 검색엔진의 특성에 맞게 검색엔진이 좋아하는 형태로 콘텐츠를 구성한다. 자연스럽게 검색 순위가 높아지고 방문자가 늘어나게 된다. 진실하고 좋은 내용에 SEO를 통해 좋은 구조와 포장을 덧붙이는 것이다. 포스팅이 곧 마케팅이 된다.

이상한 방법이 아니다. 인위적인 조작도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언론의 특성을 파악해서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홍보 활동이다. 홍보 담당자는 좋은 내용을 좋은 포장에 싸서 보도자료를 쓰고, 언론은 바르게 선별하고 활용하면 된다. 홍보 담당자가 언론의 특성을 악용하며 거짓을 쓴다면 그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언론이 공평무사(公平無私)의 원칙을 버리고 야합을 하면 사회적 재앙이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SEO도 마찬가지다. 검색엔진도 언론이다. SEO를 핑계로, 글쓰기가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 조작을 시도한다면 그 사람이 문제일 뿐이다.

SEO는 우리 시대 모두에게 필요한 지식이다. 모두가 검색하며 사는 시대 아닌가. 모두가 글쓰는 시대 아닌가. 그런데도 SEO 지식은 여전히 낯설다. 온라인 마케팅 분야 일부 사람들만 아는 전략이다. 그러다보니 글쓰기와 콘텐츠의 관점보다 인터넷 기술과 마케팅 측면만 강조됐다. 검색엔진이 지식 교류의 중심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검색을 생각하는 글쓰기도 이미 기본이 됐어야 했다. 그러나 아직도 저 멀리 있다. 그동안의 SEO 논의는 너무 기술적이고 복잡하다. 범위가 넓다. 재미가 없다. 검색을 위한 진짜 글쓰기가 필요하다.

‘검색되는 글쓰기’는 SEO와 관련이 있지만 똑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인터넷 기술보다 글에 초점을 맞춘다. 마케팅 전략보다 소통에 초점을 맞춘다. SEO에서 데이터 분석까지 두루 살피지만 글쓰기에 불필요한 무거운 기술은 걷어낸다. 필요한 것들만 재구성한다. 마음을 읽고 반응을 읽고 만남을 준비한다. 융합형 글쓰기다. 모두를 위한 글쓰기다. 스마트폰이 있고, 카톡을 하고, 페이스북을 하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다. 블로거나 유튜버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날로그에 머물고 있는 언론사 기자도 알아야 한다. 교수도 알고 정치가도 알아야 한다. 자신의 권력과 통제가 안 통한다며 분노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네이버 항의 방문이 아니다. 새시대의 소통법을 배우는 것이다. 혹시 네이버에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제대로 비판하는 것과 별개로 말이다. 검색되는 글쓰기를 아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검색되며 달라지는 것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검색되는 글쓰기를 하려면 먼저 검색 세상의 변화를 아는 것이 시작이다. 다른 세상이다.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 무시하거나 투덜거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검색엔진은 바꾼다. 부수고 다시 세운다. 위기와 기회의 두 얼굴로 온다. 플라톤이 만든 아카데메이아 학원 입구에는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여기 들어오지 마라”라고 써있었다. 검색이 만든 세상 입구에는 이렇게 써있을 것이다. “검색 세상의 규칙을 모르는 자는 여기 들어오지 마라.”

신세계 규칙 1. 모든 것이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검색에 닿으면 해체된다. ‘왓치맨'(Watchmen)의 닥터 맨하탄이 원자 단위로 분해되듯이 쪼개진다. 회사 매출이 얼마나 크든, 역사가 얼마나 길든 상관없다. 심지어 홈페이지에 큰 돈을 들이고 멋지게 꾸민 것도 상관없다. 아날로그적인 크기와 무게와 색깔은 해체된다.

검색엔진은 수집하고 색인(索引, index)한다. 이 관문들을 통과하면서 옛 세상의 옷과 액세서리들이 사라진다. 그리고 모두에게 똑같은 옷이 지급된다. 밋밋한 티셔츠를 입게 된다. 밋밋한 모습으로 검색결과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다.

네이버 검색결과 - 월드컵

| 네이버 웹사이트 검색의 ‘월드컵’ 검색 결과

‘월드컵’을 찾았더니 사전과 공원과 게임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프라인 실체도, 홈페이지 모양도 사라졌다. 이 목록의 적절성에는 찬반이 있을 수 있으나 모두 같은 옷을 입게 된 것만큼은 분명하다. 여기서는 삼성전자와 휴대폰 대리점이 나란히 있다. 교보문고와 동네 책방, 청와대와 개인 블로거가 같은 출발선에 선다. 몇 줄의 공간이 똑같이 주어진다. 제목 한 줄, 주소(URL) 한 줄, 그리고 두세 줄의 설명. 그게 전부다. 검색 세상에 잘 적응하면 몇 줄 더 얻는 경우가 있지만, 아날로그의 힘으로 하는 게 아니다. 디지털 생명력의 차이다.

검색은 잔인한 도서관이다. 출판사(홈페이지)들이 애써 만든 표지와 묶음을 갈갈이 찢는다. 바닥에 뿌려 놓는다. 오직 단어와 주소만이 의미를 갖게 만든다. 그리고 사람들이 찾을 때마다 찢어진 종이들을 제 맘대로 묶어서 세상에 없던 책을 만든다. 그리고 또 찢는다. 으르렁대는 원수가 한자리에 모이고, 영원을 속삭이던 커플이 이별하고, 소년이 노인 앞에 선다. 우주는 물거품이 되고, 그 물거품에서 비너스가 탄생한다. 그렇게 검색은 위대한 도서관도 된다. 물론 네이버나 구글이 완벽한 이상 세계를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디지털과 검색의 본질이다. 검색엔진과 사람들이 함께 이루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신세계 규칙 2. 모든 것이 순위를 가진다.

검색엔진은 수집하고 색인하고 순위를 매긴다. 해체되고 재구성된 존재들이 줄지어 선다. 검색의 힘은 순위의 힘이다.

구글 검색엔진 최적화

| 구글에서 ‘신문’으로 검색한 결과 1-3위

구글에서 ‘신문’을 검색해보자. 신문가게-신문모음-경향신문 순으로 돼 있다. 아날로그 세상과 딴판이다. 신문 판매부수나 정치적 영향력은 힘이 없다. 신문 목록을 모아놓은 단순한 홈페이지가 1-2위에 있다. 경향신문이 3위다. 10위 안에 신문사는 절반 밖에 없다. 아날로그 권력을 쥐고 있던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순위가 상대적으로 낮다. 구글이 신문사를 홀대하는가? 보수적이면 더 홀대하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음모론을 들먹인다면 흔들리는 배에 구멍을 뚫는 격이다.

검색은 순위를 매긴다. 검색엔진별로 고유의 방식이 있지만, 본질은 같다. 웹과 디지털에 맞게 집을 짓고 사는가이다. 중세의 성당에 앉아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것은 소용없다. 시장 한복판에 열린 집을 짓고, 거리의 소리를 들으며, 연결하고 반응하며 사느냐에 달려 있다. 검색은 순위의 세상이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신세계 규칙 3. 모든 것이 측정된다.

순위는 숫자에서 나온다. 검색은 수백가지의 숫자 항목을 조합해서 순위를 매긴다. 디지털이 숫자의 공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디지털은 숫자의, 숫자에 위한, 숫자를 위한 공간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디지털의 비결을 보여준다. 영화 끝부분에서 네오는 가상현실 시스템의 에이전트 무리를 제압한다. 그들을 0과 1의 숫자로 보는 눈이 열린다. 현상 뒤에 있는 원리를 간파하게 되었다. 숫자를 본다는 것은 측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관리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구글 애널리틱스 - 검색엔진 방문 경로 - 네이버

| 측정 예: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한 방문 경로 분석. 네이버 웹사이트(웹문서) 검색을 통해서 1만7988명이 홈페이지에 방문했다.

아날로그 세상은 경험과 직관이 힘을 갖는다. 인문학적 애매함이 위대한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디지털은 자연과학과 공학 위에 서있다. 디지털에 들어온다는 것은 측정을 주고 받겠다는 약속이다. 측정되는 존재인 동시에 측정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디지털 글쓰기의 하늘을 날고 싶다면, 경험과 직관의 한쪽 날개만으로는 부족하다. 측정과 분석의 또다른 날개가 있어야 한다. 숫자와 친해져야 한다. 날개가 생기고 눈이 열린다. 독자의 욕망과 반응이 숫자로 보이고, 내 글의 강점과 한계가 그래프로 나타나게 된다. 체계적으로 개선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아날로그에서는 불가능한 측정이다.

물론 자동판매기는 아니다. 버튼만 누르면 분석과 대응책이 쏟아져 나오지는 않는다. 마술은 없지만 기술이 있다. 도구가 있다. 노력하고 도전할수록 더 많이 볼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글쓰기에 필요한 기본 숫자와 측정 도구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렇게 검색이 바꾼 세상을 살펴보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검색되는 글쓰기의 법칙을 살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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