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시대, 소비자는 어떻게 검색하는가? AISAS에서 AICEP으로
최근 디지털 마케팅 업계의 가장 큰 화두이자 딜레마는 단연 ‘AI 검색’의 등장이다. ChatGPT, 퍼플렉시티(Perplexity), 그리고 구글의 AI 개요(AI Overviews)가 일상화되면서 마케터들은 전에 없던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사람들이 더 이상 검색 결과를 클릭하지 않는다”, “웹사이트 트래픽이 반토막 났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과연 구글로 대표되는 검색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우리가 정성 들여 만든 웹사이트는 이제 무용지물이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검색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새로운 ‘소비자의 여정(Customer Journey)’이 시작된 것이다. AI 검색이 다른 여정으로 인도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디지털 마케팅의 바이블과 같았던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키워드 검색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마케팅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치마스터는 대화형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소비자 여정 모델인 AICEP 모델을 제안한다.
1. 20년을 지배한 AISAS 모델의 붕괴와 제로 클릭(Zero-Click) 공포
전통적인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우리는 흔히 AISAS 모델을 기본 전제로 삼았다.
- A (Attention, 인지/주목): 광고나 콘텐츠를 통해 관련 정보나 브랜드를 인지하고
- I (Interest, 흥미): 관심이 생기면
- S (Search, 검색):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해 정보를 찾고
- A (Action, 구매/행동): 웹사이트를 방문해 구매한 뒤
- S (Share, 공유): 리뷰나 SNS를 통해 경험을 공유한다.

이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병목 구간은 바로 S(Search)였다. 사용자가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통합검색 결과 1페이지에 우리 브랜드의 웹사이트가 노출되지 않으면, 그 뒤의 Action과 Share는 아예 일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기업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SEO(검색엔진 최적화)와 키워드 광고에 매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1페이지 밖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굳건한 믿음 아래, 트래픽을 우리 웹사이트로 끌어오는 것이 지상 과제였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소비자는 여전히 정보를 찾지만, 더 이상 웹사이트를 방문하기 위해 파란색 링크를 클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AI가 여러 웹사이트의 정보를 스스로 읽고, 요약하고, 종합하여 완벽한 ‘답변’을 검색 결과 최상단에 바로 띄워주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굳이 수많은 링크를 클릭하며 정보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어졌다. 결과적으로 트래픽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검색 화면 안에서 소비가 끝나는 현상, 즉 ‘제로 클릭(Zero-Click)‘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의 AISAS 모델은 동력을 많이 잃게 되었다.
2. 대화형 AI 시대의 새로운 소비자 여정: AICEP 모델
AI 검색 시대의 소비자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검색창에 단어(키워드)를 던지던 소비자는 이제 채팅창에 문장(프롬프트)으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에 맞춰 진화한 소비자 여정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서치마스터가 제안하는 것은 AICEP 모델이다.

1) A & I (Attention & Interest): 여전한 시작점
인지하고 흥미를 느끼는 단계는 과거와 비슷하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숏폼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는 여전히 관련 정보나 상품에 대한 초기 인지를 형성하고 관심을 갖는다.
2) C (Chat, 대화): 검색(Search) 대신 질문으로
가장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구간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다낭 리조트 추천”이라는 딱딱한 키워드를 검색하지 않는다. 대신 “70대 부모님과 초등학생 아이 2명을 데리고 베트남 다낭 여행을 가려고 해. 휠체어 이동이 편하고 키즈 수영장이 잘 되어 있는 리조트를 추천해 줘” 같이 긴 프롬프트(질문)를 던진다.
단순한 ‘검색’이 아니라 AI 에이전트와의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소비자는 AI에게 개인 비서처럼 복잡한 조건을 부여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를 통해 정보를 좁혀 나간다.
3) E (Experience, 경험): 목적지가 아닌 채팅창 안에서의 경험
과거에는 검색 결과의 링크를 클릭해 ‘우리 브랜드의 웹사이트’로 들어와야만 비로소 브랜드 경험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는 AI가 요약해 준 답변 안에서 브랜드를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AI가 “A 리조트는 부모님 모시기에 훌륭하지만, 키즈 시설은 B 리조트가 더 낫습니다”라고 답변하는 순간, 웹사이트를 방문하기도 전에 이미 브랜드에 대한 평가와 인지가 끝난다. 밖으로 빠져나오는 트래픽은 급감하지만, 역설적으로 AI의 답변 안에서 우리 브랜드가 긍정적으로 언급(Mention)되는 경험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4) P (Participate, 참여): 데이터의 순환과 학습의 재료가 되다
AI와 대화하며 경험을 마친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데이터 생성에 ‘참여’하게 된다. 소비자가 던진 프롬프트 자체가 AI의 새로운 학습 데이터가 되며, 대화 과정에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면서 AI 모델의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커뮤니티나 SNS에 남긴 리뷰 역시 결국은 AI가 다음 답변을 구성할 때 활용하는 핵심 재료(UGC)로 기능한다.
3. 마케터의 생존 전략: “웹사이트는 목적지가 아니라 API다”
소비자의 여정이 AICEP로 변했다면, 마케터의 시각도 완전히 뒤집혀야 한다. 과거에는 웹사이트를 멋지게 꾸며놓고 손님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화려한 로비(목적지)’로 생각했다. 하지만 AI 시대의 웹사이트는 로비가 아니라, AI가 필요할 때 언제든 정보를 빼갈 수 있는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가 되어야 한다.
AI는 지능형 비서처럼 행동하지만, 결국은 수학적 확률과 통계에 기반한 언어 모델이다. AI가 우리의 웹사이트를 읽고 그 내용을 답변의 재료로 사용하게 만들려면 ‘AI가 읽고 이해하기 쉬운 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AEO(답변 엔진 최적화, Answer Engine Optimization), GEO(생성 엔진 최적화,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등 다양한 방법론들이 제시되지만 가장 기본적인 핵심은 3가지다.
- 키워드 대신 ‘질문(프롬프트)’을 선점하라: 고객이 어떤 질문을 던질지 예측하고,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정의형 문장으로 웹사이트에 심어두어야 한다.
- 구조화된 데이터(Schema Markup)를 제공하라: 멋진 이미지 1장보다 표(Table), 리스트, FAQ 형태로 잘 정리된 텍스트가 AI에게는 훨씬 더 가치 있는 정보가 된다. 이것이 제품인지, 리뷰인지, 가격인지 AI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데이터 구조의 밥상을 잘 차려주어야 한다.
- 트래픽 집착에서 벗어나 ‘가시성(Visibility)’을 측정하라: 유입량이 줄어든다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AI의 채팅창 안에서 우리 브랜드가 얼마나 인용(Citation)되고 긍정적으로 추천되는지, 그 점유율(Share of Voice)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새로운 마케팅 성과 지표가 되어야 한다.
맺음말: 변하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마케팅 업계는 늘 위기론에 휩싸여 왔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고객은 여전히 좋은 제품을 찾고 있고, 우리는 그들과 만날 최적의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검색에서 대화로, AISAS에서 AICEP로 소비자 여정이 진화하는 지금, 위기는 곧 가장 강력한 기회다. 콘텐츠를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닌 ‘AI를 위한 정교한 데이터 재료’로 탈바꿈시킬 때, 당신의 브랜드는 AI 비서가 가장 먼저 추천하는 1위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 브랜드의 웹사이트가 AI에게 얼마나 친절한 ‘API’인지 점검해 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