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어 손보기’

» Posted by on Mar 28, 2011 in 언론보도 | 0 comments

[한겨레신문 * 2011년 3월 28일]

“명예훼손 우려” 이유로 인기검색어 목록서 이름 삭제
의원쪽 “요청안했다”…포털의 주관적 여론편집 도마

# 지난 22일 포털 네이버는 첫 화면에 노출되는 인기검색어(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목록에서 한 현역 국회의원의 이름을 제외했다. 네이버는 이날 당사자의 요청 때문에 실시간 인기검색어에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명예훼손 내용이 있는 블로그 등 게시글에 대해 삭제요청을 했지만 인기검색어 제외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튿날 일부 언론의 보도로 ‘인기검색어 임의 삭제’ 사실이 알려지자, 네이버는 법무담당 부사장이 블로그 알림을 통해 “당사자의 검색어 제외 요청을 오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네이버는 인기검색어에서 해당 국회의원의 이름이 삭제되었는지 여부와, 만일 삭제되었다면 그 시각은 언제였는지 등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국내 포털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은 ‘실시간 인기검색어’ 선정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포털의 인기검색어는 이용자들이 입력하는 검색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검색 수요가 급증한 순서대로 화면에 노출시켜주는 서비스로, 검색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수단이다. 인기검색어는 모든 포털의 첫 화면에 노출돼 있어 상당수의 포털 방문자들이 그날그날의 이슈를 검색하는 핵심 경로가 되기도 한다. 현재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하루 방문객은 1700만명에 이르러 실시간 인기검색어의 영향력은 매우 큰 편이다.

그동안에도 포털들이 인기검색어 선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이 종종 있었다. 이에 대해 포털들은 고유의 알고리즘에 의해 기계적으로 집계할 뿐 조작이나 개입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맞서왔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게시글과 연관검색어 삭제를 요청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포털별로 인기검색어 운영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다음은 연관검색어 삭제 요청을 받고 이를 수용했지만, 인기검색어는 손대지 않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한 관계자는 “인기검색어는 이용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정보이기 때문에 손을 대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음란물처럼 배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경우에도 편집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네이트를 운영하는 에스케이(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도 “인기검색어는 사용자의 검색어 입력을 기반으로 한 기계적 서비스이기 때문에 손을 대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네이버가 미디어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임의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네이버가 주장해왔던 것과는 달리, 포털 운영업체에 의해 특정 열쇳말이 임의적으로 검색에서 배제될 수 있으며, 유력인사의 석연찮은 삭제 요청이 받아들여질 뿐 아니라 삭제 여부와 그 시간조차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네이버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특정인이 삭제를 요청할 경우 인기검색어에서 삭제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각종 의혹을 받으며 인기검색어에 오른 유력인사가 ‘명예훼손’을 핑계로 마구잡이로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탓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인기검색어로 인한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위한 것으로, 특정인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일로 인기검색어를 토대로 한 포털의 여론 형성 기능을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병국 검색엔진마스터 대표는 “검색엔진은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보여주며 여론 형성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인기검색어가 갖는 힘 때문에 외부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인기검색어에 오른 사람 이름에 대해 긍정적 검색인지, 명예훼손성 검색인지를 포털이 판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인기검색어를 주요 서비스로 내세우는 현상은 국내 포털에서 독특한 현상이다. 한 검색업체 관계자는 “국내 포털에서 인기검색어가 전체 검색량에 기여하는 비중은 20% 안팎으로 매우 높다”며 “정보를 찾으려는 검색 수요에서 보면 애초의 검색 의도를 방해하는 기능이지만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서비스라서 전진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70248.html

Submit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

Search Different with SearchMaster